결코 지워지지 않는 소중한 기억에 대한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이다. 선행성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는 여학생 히노 마오리와 괴롭힘 당하는 친구를 위해 히노에게 가짜로 고백한 가미야 도루의 사랑 이야기이다.
가짜 고백과 진짜 사랑
가미야 도루는 괴롭힘 당하는 소년 시모카와를 위해서 히노 마오리에게 가짜 고백을 한다. 그렇게 하면 시모카와를 괴롭히는 소년이 시모카와를 더 이상 괴롭히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히노 마오리는 그 가짜 고백을 받아들인다. 대신 세 가지 조건을 요구했다. 마지막 세 번째 조건은 '진심으로 나를 좋아하지는 말 것'이었다. 그렇게 비정상적인 연애를 하게 되었다. 둘이 함께 추억을 쌓아가던 도중 가미야 도루는 히노 마오리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된다.
히노 마오리는 사실 하루동안의 기억을 잃어버리는 선행성 기억상실증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히노는 모든 순간을 기록한다. 히노의 가장 친한 친구 와타야와 함께 셋은 매일 추억을 쌓아간다. 하지만 히노는 자신의 기억장애로 인해 절망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러던 중 도루는 히노에게 고백하게 되고 둘은 사귀게 된다. 그녀의 기억장애를 알고도 히노 옆에 남기로 한 도루는 제안을 하나 한다. 도루가 히노의 장애를 안다는 사실을 기록하지 않는 것이다. 히노는 제안을 받아들였고 둘은 점점 깊은 관계가 되었다. 히노는 기억을 모두 잃어버리지만 감정은 항상 남아있다.
시간이 흘러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히노는 문득 전날의 기억을 잃어버리지 않게 되었다. 기억장애가 자연 치유되고 있었다.
히노의 스케치북 뒤편에는 누군지 모를 남자의 그림이 잔뜩 그려져 있었다. 와타야에게 남자의 존재에 대해 물어보았다. 와타야는 눈물을 흘리며 '너의 남자친구였어. 하지만 지금은 죽었어'라고 말했다. 도루는 심장병으로 사망했다. 히노는 점점 도루를 기억해 나간다.
결코 잊히지 않을 이야기
매일매일은 잊어버리는 소녀를 통해 소중한 기억은 결코 지워지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준 영화이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지만 등장인물이 많지도 않고 이야기의 흐름을 쉽게 따라갈 수 있었다. 도루와 히노가 사랑하게 되는 과정은 아름다웠고 결말은 가슴 아팠다. 디테일도 자연스러웠다. 원작의 전개를 정말 잘 연출하였다. 다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개되는 소설과 달리 영화는 대학생이 된 마오리가 과거를 회상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일본 로맨스 특유의 말투를 걷어내고 좀 더 담백한 대사로 바꾸면서 더 청량한 분위기로 만들었다.
이 영화는 추억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이다.
원작 소설과 영화의 차이
책에는 문학적인 표현이 넘쳐난다. 기억상실장애라는 뻔한 주제를 지루하지 않게 하는 힘이 문학적 표현에 있다. 하지만 영화에는 그런 표현을 거의 다 없앴다. 그리고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을 사랑하게 되는 과정이 영화에서는 사라졌다. 또 아쉬운 점은 영화에서 시모카와라는 조연의 비중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소설에서는 시모카와의 영향으로 시모카와를 괴롭히던 학생은 처벌을 받고 바르게 살게 된다. 배려하는 마음이 아름다운 시모카와를 단지 도루의 도움만 받은 소심한 인물로 표현했다. 또한 '위생감'이라는 중요한 소재도 삭제되었다. 소설의 초반에는 '위생감'이라는 단어가 반복해서 나오는 중요한 단어이다. 이처럼 영화에서는 러닝타임의 제약 때문인지 원작의 많은 부분이 사라져 아쉬웠다. 소설을 먼저 보고 영화를 본다면 다소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주인공들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와 가슴 아픈 결말은 영화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영화를 먼저 관람하고 책을 읽을 것을 추천한다.
망각은 신의 선물이라고 하는 말이 있다. 하지만 끝없는 망각은 선물일까? 주인공은 아픈 진실을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새롭고 즐거운 현재를 살아가는 것이 바로 오늘의 희망이다. 이 영화는 단순히 로맨스 영화가 아니다. 우리에게 무언가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모두 기억의 소중함을 잊지 말자. 그리고 희망을 잃지 말고 살아가자. 나보다 누군가를 더 생각하고 사랑하자. 마지막으로 인생에서 회피할 수 없는 문제들을 피하지 말고 직접 마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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